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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2025년 7월 20일 히브리서 개관2025-09-19 00:55
Name Level 10

히브리서 개관


흔들리는 믿음의 사람들에게 주는 편지 – 히브리서를 열며


  1.  누가 썼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성경을 읽다 보면 저자에 대한 정보가 중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바울이 썼다면 바울의 사고방식과 경험이 영향을 끼쳤을 것이고, 베드로가 썼다면 그 고백과 체험이 스며들어 있을 테니까요. 그런데 히브리서를 펼치면 우리는 한 가지 독특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저자가 누구인지 모른다’는 점입니다.

히브리서의 저자는 성경 전체에서 보기 드문 익명 저자입니다. 초대교회 시대부터 이 질문은 오랜 논쟁거리였습니다. 일부는 사도 바울이 썼다고 믿었지만, 문체나 어휘 선택, 문장의 흐름은 우리가 알고 있는 바울의 다른 서신들과는 사뭇 다릅니다. 바울 특유의 인사말도 없고, 감옥에서 보낸 흔적도 보이지 않습니다.

3세기의 유명한 교부 오리겐(Origen)은 이런 말을 남깁니다.

“누가 썼는지는 하나님만이 아신다.”

이 짧은 한 문장은 히브리서 저자 논쟁에 종지부를 찍은 셈입니다. 오리겐 이후 많은 이들이 이 의견에 동의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다양한 추측이 존재합니다. 루터는 히브리서가 아볼로에 의해 쓰였다고 보았고, 어떤 이는 바나바를, 또 어떤 이는 누가를 저자 후보로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의견들을 넘어서는 중요한 통찰이 하나 있습니다. 성경의 권위는 ‘누가 썼느냐’에 있지 않고, ‘그 안에 담긴 하나님의 말씀’에 있다는 사실입니다. 히브리서는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저자를 통해, 오히려 진짜 발신자가 하나님이심을 드러냅니다. 저자가 누구이든 상관없이, 이 말씀은 우리의 마음을 흔들고, 믿음을 북돋고, 방향을 다시 세워줍니다. 오히려 저자가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히브리서는 그 자체로 모든 세대를 향한 하나님의 음성처럼 더욱 보편적으로 들릴 수 있는 것은 아닐까요? 이 책을 읽으며 저자가 누구인지에 대해 궁금해할 수도 있지만, 더 중요한 질문은 이 한 가지일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나에게 지금 이 말씀을 통해 무엇을 말씀하고 계시는가?”


  1.  언제, 누구에게, 왜 쓰였을까? 

성경을 읽을 때, 그 말씀이 태어난 시대와 배경을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히브리서는 단지 신학적인 교리를 설명한 책이 아니라, 실제 사람들의 고통과 혼란 가운데 던져진 위로와 권면의 메시지입니다. 그렇다면 이 편지는 언제, 누구에게, 왜 쓰였을까요? 히브리서의 기록 시기는 대체로 AD 80년에서 90년 사이로 추정됩니다. 이 시기는 로마 제국 안에서 그리스도인에 대한 박해가 점차 거세지던 시기였습니다. 실제로 AD 96년에 로마 교회의 지도자였던 클레멘트가 고린도 교회에 보낸 편지(클레멘트 1서)에는 히브리서의 내용이 직접 인용되어 있습니다. 이는 히브리서가 그보다 앞서 쓰였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입니다. 히브리서 13장 23절을 보면, 디모데가 아직 살아 있었다는 언급이 등장합니다. 바울의 동역자로 알려진 디모데가 생존해 있었다면, 이 역시 기록 시기를 1세기 후반으로 한정할 수 있는 근거가 됩니다. 또한 히브리서 10장 32절에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전날에 너희가 을 받은 후에 고난의 큰 싸움을 견디어 낸 것을 생각하라”(히10:32)

이 표현은 이미 첫 번째 박해가 지나간 상태였고, 두 번째 박해가 임박했거나 진행 중이었음을 암시합니다. 이는 특히 도미티안 황제(AD 81~96) 통치 시기의 상황과 맞물립니다. 그는 황제 숭배를 강요하며 교회를 억압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처럼 히브리서는 신앙의 길을 선택했다가 박해 앞에서 흔들리는 유대인 그리스도인들을 향해 쓰였습니다. 이들이 유대교로 돌아가려는 유혹을 받을 때, 예수 그리스도께서 얼마나 탁월한 분이신지를 선포하며 그들을 다시 ‘믿음의 길’로 부르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히브리서의 형식과 스타일은 어떨까요? 히브리서는 일반적인 편지 형식을 따르지 않습니다. 13장 22절에서는 이 책을 “권면의 말씀”, 즉 설교로 언급합니다. 실제로 히브리서는 고급 헬라어 문장으로 쓰여졌으며, 설교문처럼 구성되어 있습니다. 단순한 편지가 아니라 말씀을 듣는 이들의 마음을 뒤흔들기 위한 영적 호소였던 것이죠. 히브리서의 주요 독자는 구약과 유대교 전통에 익숙한 유대인 그리스도인들입니다. 그래서인지 히브리서 곳곳에는 시편, 레위기, 예레미야 등 구약 성경 인용이 매우 풍부하게 등장합니다. 이는 예수님을 유대인의 신앙과 전통 속에서 해석하려는 시도이며, 그분이 구약에서 예언된 메시아라는 확신을 심어 주기 위한 장치입니다.

결국 히브리서는 단지 ‘예수님이 어떤 분인가’를 설명하는 책이 아닙니다. 이 책은 그 예수님을 믿는 사람들에게 지금도 여전히 신실하게 살아계신 하나님을 보여주고, 지금도 여전히 우리의 믿음을 받으시고 지키시는 대제사장 예수를 소개하는 책입니다. 그리고 그 믿음을 지키라고, 흔들리지 말라고, 편지를 넘어서 설교처럼 강하게 권면하는 메시지입니다. 오늘 우리의 신앙이 흔들릴 때, 히브리서는 여전히 유효한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1.  누구를 위한 편지였을까? 

누군가 나를 향해 쓴 편지를 받는다는 건 참 특별한 일입니다. 특히 내가 지치고 흔들릴 때, 나를 정확히 아는 이의 글은 때로 말 한마디보다 더 큰 힘이 되죠. 히브리서는 그런 편지입니다. 그리고 그 편지를 처음 받은 사람들은, 생각보다 우리와 많이 닮아 있었습니다. 히브리서는 헬라화된 유대인 그리스도인들에게 보내졌습니다. 그들은 유대교 전통 안에서 자라났고, 헬라 문화의 영향을 받은 디아스포라 유대인이었으며,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믿고 따르기로 결단한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결정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살던 시대는 그리스도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조롱받고, 배척당하고, 심지어 박해받던 시대였습니다. 믿음을 지키는 일은 가족과의 단절을 의미했고, 공동체로부터 쫓겨날 위험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신앙의 길을 걷던 그들은 점점 지쳐갔고, 결국 “다시 유대교로 돌아가면 편하지 않을까?”라는 유혹 앞에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그때, 히브리서가 그들에게 도착했습니다.  이 편지는 따뜻한 위로와 함께, 무게 있는 경고를 담고 있습니다.  다시 뒤로 물러서지 말라고,  당신들이 붙든 믿음이 얼마나 확실하고 영광스러운 것인지 기억하라고,


"우리는 뒤로 물러가 멸망할 자가 아니요 오직 영혼구원함에 이르는 믿음을 가진 자니라." (히 10:39)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이 말씀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지금 나도 지쳐 있진 않은가요? 사람들 눈치를 보느라, 바쁜 삶에 치이느라, 나도 모르게 신앙이 뒷자리에 밀려 있진 않나요? 히브리서는 단지 1세기 어떤 공동체를 위한 문서가 아닙니다. 그 편지는 지금 우리 각자에게, 그리고 믿음을 회복하길 원하는 이 공동체 전체를 향해 쓰인 하나님의 메시지입니다. 믿음이 흔들리는 당신에게, 다시 한번 그리스도를 바라보라고 말해주는  그 오래된 편지를 다시 펼쳐볼 때입니다.


 

  1. 히브리서의 구조와 핵심 메시지

히브리서를 읽다 보면, 마치 신앙의 언덕을 한 걸음씩 올라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한 장 한 장 넘길수록 더 깊어지고, 더 넓어지며, 더 뜨거워지는 말씀. 히브리서는 단순히 교리를 설명하는 문서가 아니라, 믿음을 따라 걷는 여정을 안내하는 ‘계단식 안내서’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여정은 세 단계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습니다.


1단계: 비교와 우월성 (1~4장)

히브리서는 처음부터 우리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정말 예수님이 그렇게 위대하신가요?”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놀랍습니다. 예수님은 천사보다, 모세보다, 그리고 아론 계열의 제사장들보다 더 뛰어나신 분이라는 것입니다. 천사는 하나님의 종이었지만, 예수는 하나님의 아들이십니다. 모세는 신실한 종이었지만, 예수는 집을 지으신 분입니다. 이 비교를 통해, 히브리서는 독자들이 놓치고 있는 진짜 본질을 다시 바라보게 합니다. “우리는 누구를 따르고 있는가?”  그리스도는 단순한 스승이나 종교 지도자가 아니라,  하나님의 영광의 광채요, 본체의 형상이십니다. (히 1:3)

 2단계: 제사장직과 구속사 (5~10장)

이제 시선은 예수님의 사역, 곧 대제사장으로서의 역할로 이동합니다. 예수님은 단순한 교사나 예언자가 아니라, 하나님과 우리 사이를 영원히 연결하는 대제사장이십니다. 히브리서는 구약의 멜기세덱이라는 수수께끼 같은 인물을 통해, 예수님의 제사장직이 레위 제사장과는 다른 차원의 것임을 설명합니다. 그분은 동물의 피가 아니라 자신의 피를 단번에 드리셨고, 그분의 희생으로 인해 이제는 반복되는 제사가 더 이상 필요 없게 되었습니다. 이 단락은 우리 신앙의 핵심을 다시 붙잡게 만듭니다.  “나는 무엇으로 용서받았는가?”  “어디에 내 구원의 확신을 두고 있는가?”

3단계: 믿음의 삶과 공동체 적용 (11~13장)

이제 히브리서는 독자들을 말씀 속 ‘믿음의 전당’으로 초대합니다. 아벨, 에녹, 노아, 아브라함, 모세… 그들은 완벽한 인물들이 아니었지만, 하나님을 신뢰하고 인내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히브리서는 이 모든 믿음의 선진들을 한 문장으로 요약합니다.  “이 사람들은 다 믿음을 따라 죽었으며” (히 11:13)  그리고 독자들에게 외칩니다. “너희도 이 믿음의 경주를 끝까지 달려가라.” (히 12:1) 믿음은 단지 마음속 고백이 아니라, 삶의 방향이자 공동체 안에서 실천되어야 할 현실입니다. 13장에서는 아주 실제적인 교훈들 곧, 형제를 사랑하고, 낯선 이에게 친절하며, 지도자에게 순종하라는 권면으로 마무리됩니다.

히브리서는 말합니다. 비교로 눈을 열고, 제사장 예수로 구원의 확신을 붙잡고, 믿음으로 살아가라. 그 흐름은 마치 계단처럼 우리를 위로, 더 깊이, 더 굳건히 이끌어줍니다. 지금 나의 믿음이 어디쯤 서 있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혹시 1단계에서 예수님을 여전히 다른 존재들과 비교하고 있진 않은가요? 혹은 2단계에서 여전히 스스로의 노력으로 하나님께 나아가려 애쓰고 있진 않나요? 이제는 3단계의 삶으로 초대받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믿음으로 살아가며, 끝까지 인내하는 사람으로. 히브리서는 단지 읽는 책이 아니라, 오르며 걷는 길입니다.  그리고 그 길 끝에는 “우리 믿음의 주요 또 온전하게 하시는 이인 예수”가 계십니다. (히 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