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 일지>  기억하고, 인내하며, 전진하는 믿음 얼마 전, 한 청년이 제게 이런 질문을 던졌습니다. “목사님, 저는 예수님을 잘 믿고 있는 건가요?” 사실, 이 질문은 그 청년만의 고민이 아닙니다. 목회자인 저 역시 종종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나는 정말 믿음 안에 있는가?” 사도 바울도 고린도후서 13장 5절에서 “너희는 믿음 안에 있는가 시험하고 확증하라”고 했습니다. 믿음은 늘 점검해야 할 삶의 자리입니다. 히브리서 기자는 우리에게 세 가지 점검표를 줍니다. 첫째, 믿음은 은혜의 기억 위에 섭니다. 초대교회 성도들은 모욕과 감옥, 심지어 재산을 빼앗기는 고난 속에서도 믿음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더 낫고 영원한 기업”을 기억했기 때문입니다. 기억은 믿음의 힘줄입니다. 연금술사의 산티아고가 처음 꿈꾼 순간을 기억하며 길을 찾았듯, 우리도 하나님의 은혜의 순간을 기억할 때 다시 믿음의 길로 서게 됩니다. 둘째, 믿음은 인내의 달리기입니다. 히브리서 기자는 믿음을 ἀθλησις—경기, 씨름, 달리기로 설명합니다. 믿음은 관중석에서 박수 치는 것이 아니라 경기장에 뛰어드는 것입니다. 노아가 백 년 동안 방주를 지으며 조롱을 견뎠듯, 우리의 인내는 하루 이틀의 끈기가 아니라 평생의 지속입니다. 믿음 없는 인내는 공허하고, 인내 없는 믿음은 금세 꺼져버립니다. 그러나 둘이 함께할 때 믿음은 끝까지 완주합니다. 셋째, 믿음은 뒤로 물러서지 않고 전진하는 용기입니다. 세상은 끊임없이 우리를 재촉하며 “뒤쳐지면 끝”이라고 협박합니다. 그러나 성경은 “물러가면 멸망”이라고 경고합니다. 차이는 분명합니다. 세상의 목적은 일시적 성공이지만, 믿음의 목적은 영원한 생명입니다. 그래서 인생의 굴곡—실패, 이혼, 불안정한 삶—은 우리를 무너뜨릴 수 없습니다. 다만 하나님을 붙잡는 그 믿음만은 결코 양보할 수 없습니다. 믿음은 추상적 감정이 아니라 기억과 인내와 전진으로 드러나는 삶의 태도입니다. 오늘도 어제의 은혜를 기억하고, 주어진 길을 끝까지 인내하며, 영원한 생명을 향해 전진합시다. 그럴 때 우리는 세상의 어둠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빛으로 설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