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 일지>  나무가 아닌 사람을 보다 1. 흐릿하게 보이는 신앙에서 벗어나라물리학자 김상욱은 『떨림과 울림』에서 우리가 볼 수 있는 빛의 영역은 ‘가시광선’에 불과하다고 말합니다. 세상의 대부분은 우리가 보지 못하는 영역에 존재합니다. 마가복음의 맹인도 처음엔 사람을 “나무 같은 것들이 걸어가는” 모습으로 보았습니다. 이는 오늘날 많은 이들이 흐릿한 신앙의 상태, 즉 예수님을 알고 따르지만 제대로 보지 못하는 상태에 있음을 상징합니다. 신앙은 단지 보이는 것만 따르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진리를 꿰뚫어 보는 눈이 열릴 때 비로소 온전해집니다. 2. 관계 안에서 치유하시는 주님예수님은 맹인을 마을 밖으로 데리고 나가 손을 붙잡고 치유하십니다. 이는 단순한 병의 고침을 넘어, 한 사람과의 깊은 인격적 만남을 통해 이루어지는 은혜의 순간입니다. 그분은 우리 인생의 고통과 결핍을 문제 삼지 않으시고, 오히려 그 자리를 통해 우리와 교제하십니다. 주님은 여전히 우리의 상처에 손을 대시며, 오늘도 각 사람을 따로 불러내어 그 삶에 개입하십니다. 3. 영의 눈을 들어 하나님의 나라를 보라예수님의 두 번째 안수로 맹인은 “모든 것을 밝히 보는” 상태가 됩니다. 헬라어로 ‘디에블렙센’는 꿰뚫어 본다는 뜻으로, 단지 육안이 아니라 영안을 의미합니다. 진정한 제자란 자기 눈 속의 들보를 먼저 보고, 복음 안에서 자신을 부인하며,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르는 사람입니다. 보이는 현실 너머에 있는 하나님의 나라를 향해 눈을 뜰 때, 우리는 흐릿한 신앙에서 명료한 순종의 삶으로 나아가게 됩니다. 신앙은 눈뜸의 여정입니다. 주님은 오늘도 흐릿하게 믿는 우리를 두 번째로 안수하시길 원하십니다. 나무가 아닌 사람으로, 세상이 아닌 하나님의 뜻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참된 제자로 서길 소망합니다.    |